현상설계 첫 당선작...일신40년의 기반 돼 

우여곡절 끝 당선 후 11년 만에야 준공


울산문화예술회관은 일신으로서는 처음 참가했던 전국 현상설계로 일신설계 40년의 기반이 된 중요한 프로젝트이다. 당시 현상설계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34평 아파트를 빌려 캠프를 차려 작업에 착수했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대안작업과 수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현상설계와 계획안에 대한 자문을 거치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전국 현상설계에서 처음으로 당선되는 기쁨을 맛봤다. 이때 얻은 현상설계에 대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일신 설계는 지역을 대표하는 설계사무소로써 성장할 수 있었다. 


울산문화예술회관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프로젝트였고 그만큼 우여곡절도 많았다. 1984년 5월 17일 울산문화예술회관 현상공모 당선되었으나 당선 2년 후인 86년 2월에야 기본설계가 시작될 수 있었고 86년 5월 말에 끝났다. 또다시 오랜 기다림 끝에 88년 10월 15일 실시설계 작업이 시작되었고 1989년 9월 30일 실시설계가 끝났다. 당선부터 약 5년 5개월이 걸린 셈인데 그사이에 시장이 5번, 그 외 국장, 과장, 담당자도 여러 차례 바뀌었다. 그리고 1995년 준공하여 10월 개관공연을 하게 되었으니 현상설계 당선 이후 11년 만이었다.


그 긴 설계와 시공 기간 동안 일신은 1986년 2월 3일 역시 현상설계를 통해 당선된 창원문화예술회관 프로젝트를 병행하며 수년간에 걸쳐 이 분야에 대한 집중적이고 광범위한 전문적인 조사와 연구 및 분석을 수행했다. 당선되자마자 배낭을 메고 유럽 전역의 오페라하우스나 예술회관을 찾았고, 유수의 예술 공간들을 방문하다 들린 비엔나국립오페라하우스에서 프리마돈나의 노래를 듣고 그런 최고의 음악을 담아내는 것이 음악당의 본질이라는 깨달음도 얻었다. 이러한 수많은 과정을 겪으며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동남아, 유럽 등 거의 전 세계의 유명 극장 및 문화시설에 대한 현장조사 및 세계적인 극장설계 전문가 혹은 극장운영 실무자와의 면담 및 자료수집의 결과를 자료로 남겼다. 아무 경험도 없이 시작한 첫 프로젝트를 계기로 약 10년여 동안 적어도 이 분야에 관한 한 국내 최정상급의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게 된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실시설계를 수행하며 처음으로 서울사무소를 개설하여 작업했다. 서울사무소를 둔 것은 당시 협력업체들이 모두 서울에 편중해 있어서 이들과 함께 작업하고 전체 업무를 총괄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문화회관 실시설계를 주어진 기간 내에 완수해 낼 수 있을 만한 경험과 능력을 갖춘 인력을 부산에서는 거의 구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기도 했다. 당시 막 설계시장에 도입되기 시작한 컴퓨터를 이용한 작업까지 일신설계로서는 모든 면에서 많은 새로운 경험들과 시도를 한 프로젝트였기에 그만큼 의미가 크다. 


대상지의 위치는 울산시의 중심에 있다. 서쪽으로 시청과 멀지 않고, 동쪽 남구청과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으며, 북쪽에는 태화강의 번영교를 따라 강북지역과도 연결된 요충지이다. 대상지가 속한 블록은 거의 반으로 나뉘어 서쪽에는 문화예술회관 외에 KBS 울산방송국, 남구문화원, 동쪽 블록의 거의 반은 울산문화공원이 조성될 예정이었다. 한마디로 울산 최고의 중심지며 평지에 공공 문화 및 미디어 시설이 도심 오픈스페이스와 함께 입지하게 되니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울산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부지였다.


울산문화예술회관 계획의 주안점은 바로 개별시설보다는 ‘문화의 섬’같은 블록 전체를 함께 아우른다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공연장과 전시장 등 주 시설들은 전면 50m 번영로에 전면 광장을 두고 배치하면서 대중교통으로부터의 편리한 접근과 만남의 공간을 설치했다. 


주 시설들의 뒤쪽은 무대 지원시설의 동선과 주차장을 두어 공연장과 다양한 야외 공연이 일어날 문화공원과의 소음을 고려하여 일정 거리를 확보하면서 동시에 이 주차장을 통하여 차량으로 방문하는 두 시설로의 접근성 향상과 편리한 이용이 가능하도록 매개공간으로 작동하도록 했다. 또 북측 우회로를 두어 차량의 원활한 흐름과 소극장 지원서비스가 원활하게 했다. 이러한 개념에 따라 통상 형식적으로 전면광장 부근에 두는 야외공연장을 건물 배면에 둠으로써 가로 소음과 격리하며 울산문화공원의 일부가 되도록 하였다. 


대공연장(1,499석), 소공연장(478석), 전시장 및 지원시설은 각각 외부 MASS에서는 분동으로 독립적으로 분리하되, 기능적으로는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전체 영역을 하나로 연계하였다. 이는 많은 경우 지하에 배치하는 다양한 공연지원실들과 공연자 및 업무 동선을 1층 영역에 두어 차량 및 보행의 편리한 접근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각각의 시설들이 외기(外氣)에 면하게 하여 채광과 통풍이 좋은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였다. 이를 위하여 공연장들과 주 전시장은 완만한 계단과 경사로를 광장에 조성하여 거리 통행의 일상적 공간과 문화공간의 예술적 공간을 레벨로 분리하였고, 아기자기한 조경시설을 도입하여 정적인 분위기를 유도하였다.이로 인하여 지하 토목공사를 최소화하면서도 융통성 있고 입체적인 문화공간을 창출하면서 문화예술회관 영역 전체가 문화공원의 일부가 되도록 시민 오픈스페이스의 영역을 확장 시켰다.


조형적인 측면에서는 차분한 분위기 창출과 유지관리에 용이한 석재(화강석)를 기본으로 사용하면서 부분적으로 casting타일을 혼합하여 미묘한 변화와 현대적 감각을 더 하려 하였고, 형태적으로는 보편적인 비례와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더욱 장식이 배제된 단순하고 간결한 조형을 통하여 역설적으로 더욱 강한 이미지 창출이 가능한 디자인을 구현하려 하였다. 


문예회관은 기능상 무대, 음향, 조명 시설 및 장치들이 가장 중요한 건축의 요소들인데,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는 최적의 가시거리와 최상의 가청효과를 창출하는 데 주력했다. 또한, 새로운 무대 연동작용(상하좌우)에 의한 다양한 공연연출, 입체음향, 조명 프로그램 등 테크닉 적용 등 최상의 공연 연출에 역점을 두었다. 


 그밖에도 다중이용 공공시설물로서의 구조와 안전, 내부동선, 방화, 방음 성능, 위생 및 냉․난방 설비 등 가장 기본적인 제 설비의 작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글 : 김승남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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