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행과 쌓은 인연... 오랫동안 꿈꿔온 프로젝트 

수많은 대안 제시... ‘대문 개념’으로 건축주 설득 

'내부이면서 외부’, ‘길이면서 광장'인 공간 창출

BNK 금융그룹이 본사를 문현금융단지에 이전, 신축하기 위해 실시한 지명현상설계에 부산에서는 일신설계가 유일하게 참여, 서울의 5개 대형설계사무실과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설계자로 선정되었다. 


BNK 부산은행 본사 사옥은 일신설계가 오랫동안 꿈꾸며 기다려온 프로젝트였다. 일신설계는 창업초기 80년대 모라동 지점을 설계했고, 93년에는 전산센터 현상설계, 2003년에 녹산지점을 설계한 데 이어 2009년에는 부산은행 연수원을 설계한 바 있다. 이런 인연이 있기에 언젠가 본사가 신축되면 그것 역시 맡아서 해야겠다는 소망이 있었다. 


현상설계 기간부터 설계가 완성될 때까지 이 프로젝트의 주안점은 몇 가지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부산경남 대표 은행의 본사로서의 위상과 품격에 걸맞은 명품건축의 요구에 부합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문현금융단지 내에서의 위상 확립이 선행 과제였다. 부산은행은 지역을 대표하는 은행임에도 불구하고 문현금융단지 내에선 이미 들어선 63층 국제금융센터에 비해서는 1/3 규모였고, 위치도 최남단 구석이고, 바로 옆 전포대로에는 동서고가가 지나고 있어 이곳에 위풍당당한 건축물을 짓기가 쉬워 보이지 않았다. 또한, 금융사 본연의 속성을 건축에 녹여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한 개인 건축주나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심사위원들이 아닌 회사의 임직원들이 설계안을 결정하는 주체였기에 그들의 다양한 요구와 취향을 일부 수용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했다.  


일신설계는 지명도 높은 회사의 본사 사옥설계에 숙련된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고 부산은행에도 당연히 그 노하우가 적용되었다. 우선 명분을 세우는 작업은 배치 작업에서 시작된다. 문현금융단지 내에서의 대상지는 남동쪽 구석이었고, 국제금융센터라는 거대한 건축물이 들어섰기에, 이와 경쟁하는 대신 문현금융단지로의 입구성을 강조하여 ‘The Gate(대문)’의 개념을 설정하였다. 과거의 입장에서는 서면이 도심이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북항 재개발이 완성되면 문현금융단지의 입구는 뒤바뀐다. 부산은 바다의 도시이고, 부산항과 부산역에서 내린 시민들과 방문객들이 동천을 따라서 운하로, 대로로, 고가로, 보행으로 이곳을 찾게 될 것이고, 그 시작에 부합하도록 부산은행을 두었다. 대지는 남북으로 구분하여 남쪽 양지바른 곳에 문현금융단지 입구로서의 광장 및 공원을 두고, 건축물이 들어선 북측은 3등분하여 단지의 중심에 가까운 서측엔 고층 업무시설을 우뚝 세우고, 고가도로 측 도시철도와 직접 연계되는 동측엔 수많은 외부인이 방문하게 될 대강당을 배치하고 사이에 커다란 실내 오픈스페이스(Glass Hall)을 두어 직원들을 위해선 훌륭한 아트리움 중정을 제공하고 공간적으로는 문현금융단지 중심으로 통하는 실질적인 진입가로 역할을 하도록 하였다. 이곳은 내부이며 외부이고, 길이면서 광장이고, 만남, 휴식, 기다림, 소통이 동시에 일어나는 공간으로 계획하였다. 


경제성과 합리성을 담보할 기능적이고 합리적인 공간구성은 2차원의 평면과 3차원 단면에서 구현된다. 수많은 사례조사와 오랫동안 검증된 사무공간의 적정규모와 북쪽에 코어를 두고 멀리 바다가 바라보이는 최상의 조망에 남향 위주에 동서 향이 부가된 평면구성은 이론의 여지를 잠재울 수 있는 보편성을 제공한다. 대부분 전 층 동일하고 업무 위주의 기준층에 회의와 휴식 역시 창조적 업무의 연장이라고 생각하여 1∼2층마다 야외 휴게 테라스와 그린 룸을 다양한 위치와 규모로 배치하였고, 옥상에는 Roofteria의 개념으로 반 건축화된 옥상정원을 구현하여 직원들의 복지를 도모하고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삶의 질의 향상을 돕고자 하였다. 과연 완공 후에도 그렇게 운영될지는 걱정이었지만, 적어도 부산·경남을 대표하는 본사라면 그 정도의 넉넉함은 누릴 수 있는 여유라 생각했다. 


본사사옥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될 입면의 결정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이 수반되었다. 건축주로부터 백인백색, 각양각색의 요구가 있었다. 하지만 대개 본사사옥은 특히 주 고객인 부유한 장년층의 품격과 위상에 부합해야 하기에 보수적인 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입면 계획의 처음은 그렇게 단아하고 점잖은 안을 제시하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지만 더 진취적인 변화를 꿈꾸는 부산은행의 임원진들은 그것에 결코 만족하지 않았다. 이들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하고, 궁극적으로 그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위상과 비전에 부합하는 이미지를 찾게 하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 대안을 제시하는 수밖에 없었다. 기존의 현상설계안부터 최종안이 결정되기까지 수백 개의 대안을 제시하였고, 최종 결정된 안은 기능적 욕구를 만족하게 하기 위해 높이에 비하여 다소 넓은 매스의 단점을 보안하고, 부산은행의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커튼월 입면을 몇 개의 수직 Layer(띠)로 나누고 중심부에 비정형 사선 처리를 한 대안이 선정되었다. 이 변화를 위해 다소의 까다로운 시공이 요구되긴 했지만 결국 지극히 간단하고 경제적이면서도 차별화되고 좀 독특함을 요구하는 공존의 결과였다. 


나머지 계획 과정 역시 입면선정과정과 유사하게 진행되었다. 모든 계획의 요소들과 재료의 선정은 직원들이 발품을 팔아 조사한 최신 현장과 신상 자재 조사를 바탕으로 목록을 작성하고 엄선하여 3개씩의 최종대안을 작성하고 기능성, 경제성, 심미성 등의 기준으로 사내 평가와 발주처와의 협의를 거쳐 결정되었다. 특히, 건물 전체를 감싼 입면 커튼월은 열관류율과 차폐율 등 세밀한 검토하고 로이복층유리를 사용함으로써 건물에너지효율 일등급인증을 받게 되었다. 이 역시 상징성과 조망권을 최대로 확보하면서 유지관리비를 절감하려는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이러한 설계의 과정은 엄청난 노고를 수반했지만, 이러한 수고를 통하여 결국 경제성에 기반한 합리적 대안을 찾아가는 BNK 부산은행의 위상에 부합하는 설계방법이라 생각했다.  (글 : 김승남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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